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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신간 출간 (이동현·김탁환, 해냄)

모든 생명을 지키는 일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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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jpg출판사 제공

기후위기와 농촌 소멸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의 밥상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와 뉴스로만 접하던 위기가 일상의 문제로 다가온 지금, 한 알의 쌀을 지키는 일이 곧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되짚는 책이 나왔다.

전남 곡성 섬진강 들녘에 자리한 생태 공동체 ‘미실란’의 이야기를 담은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는 농부 이동현과 소설가 김탁환이 함께 써 내려간 생태 에세이다. 농사의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기록한 농사일기와, 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가 교차되며 한 권의 서사로 엮인다.

이동현은 미생물 연구자에서 농부로 삶의 방향을 바꾼 인물이다. 가족의 병을 계기로 ‘사람을 살리는 음식’을 고민하다 곡성에 정착했고, 이후 수백 종의 벼를 재배하며 유기농 발아현미를 생산해 왔다. 김탁환 역시 도시를 떠나 들녘으로 들어와 글과 농사를 함께 이어가는 삶을 선택했다. 두 사람의 시선은 자연과 인간, 노동과 공동체를 잇는 하나의 흐름으로 맞닿는다.

책은 스물네 절기를 따라 흘러가는 농사의 시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씨앗을 준비하는 겨울의 고요, 모내기의 분주함, 수확의 기다림까지 계절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농사 과정이 아니라 ‘살아간다’는 행위의 본질이다. 농사는 속도를 앞세울 수 없고, 자연의 리듬을 거스를 수도 없다는 사실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특히 이 책은 효율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동화와 기술이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한편, 우리가 잃어가는 가치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들녘에서 기러기를 위해 쌀을 뿌리고, 떠돌이 동물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장면들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 선택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지킨다’는 행위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의 선택에 가깝다. 한 그릇의 밥, 한 번의 노동, 한 계절의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이어갈 것인지 조용히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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