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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이해하는 가장 느린 방법, 『나무 사람 친구』 (이창수·조숙경, 젤리클)
이름을 부르고 가까이 다가갈 때, 나무는 비로소 친구가 된다
출판사 제공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숲은 종종 낯선 공간으로 남아 있다. 눈앞에 수많은 나무가 서 있어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면 풍경은 단순한 배경에 머문다. 『나무 사람 친구』는 이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출발한다. 나무를 아는 일이 아니라, 나무와 관계를 맺는 일에서 시작하라고 말한다.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가는 숲해설가 부부가 쓴 이 책은 복잡한 식물학 지식 대신 ‘눈높이 나무 공부’를 제안한다. 참나무, 소나무, 오리나무, 버드나무, 대나무 단 다섯 종의 나무만을 중심에 두고, 그 나무들이 사람의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차근히 풀어낸다. 흔하디흔한 나무들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우리의 삶을 비추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나무를 관찰하는 방식도 다르게 제시한다. 잎이 떨어진 겨울에도 나무는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그때야말로 껍질과 가지, 눈을 통해 나무의 성격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무를 ‘훑어본다’는 표현처럼, 눈높이에서 천천히 바라보고 손으로 느끼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식보다 먼저 감각이 작동해야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자연 에세이에 머물지 않는다.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곧 인간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도시에서의 피로와 단절, 관계의 무게 속에서 흔들리던 삶이 나무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바뀌어 간다. 나무 이름을 부르는 일은 결국 자기 삶을 다시 부르는 일이기도 하다.
나무 한 그루를 친구로 삼는 일은 거창한 실천이 아니다. 다만 그 나무 앞에 서서 이름을 부르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시간에서 시작된다. 그 느린 반복 속에서 자연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줄어들고,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감각이 다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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