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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도시를 다시 걷다, 『경성백경』 (김은주, 동녘)

전차 노선 따라 복원한 경성 100곳… 건축으로 읽는 식민지의 시간과 기억

장세환2026년 4월 20일 오후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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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백경.jpg출판사 제공

서울의 거리 위에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경성백경』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식민지 시기 ‘경성’의 공간과 시간을 다시 호출하는 기록이다.

이 책은 1920년대 경성의 전차 노선을 기준으로 100개의 건축 공간을 선정해, 각각의 건물이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세워지고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한다. 단순한 건축 안내를 넘어, 지배와 근대화, 일상과 폭력이 교차하던 공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특히 저자는 일제강점기 건축을 둘러싼 ‘철거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기억의 방식 자체를 질문한다.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역사가 함께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은,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책은 경성역, 조선총독부청사, 서촌의 가옥들 등 현재 서울 곳곳에 남아 있거나 사라진 공간들을 따라가며, 건축이 곧 시간의 기록이자 권력의 흔적임을 보여준다. 하나의 건물이 겪어온 변형과 용도 변화는 곧 시대의 흐름을 드러내는 단서로 작용한다.

500여 장의 도판과 함께 구성된 이 기록은 과거와 현재를 겹쳐 보게 하며, 오늘의 서울이 어떤 역사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도시를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층위로 읽어내는 방식이 돋보인다.

사라진 것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남아 있는 흔적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를 되묻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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