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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이후를 묻는 철학, 『미로에서 출구 찾기』 (프란체스카 페란도, 동녘)
포스트휴먼 시대, 사유를 넘어 삶의 방식으로 향하는 질문
출판사 제공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의 급부상, 반복되는 재난의 시대 속에서 사람들은 자주 ‘끝’을 말한다. 그러나 『미로에서 출구 찾기』는 그 불안의 한가운데서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종말을 상상하는 대신, 지금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다시 묻는다.
뉴욕대 교수이자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자로 알려진 프란체스카 페란도는 이 책에서 인간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포스트휴머니즘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삶에서 구현해야 할 태도와 실천의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은 빅데이터 경제, 생명공학, 생태 위기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짚어가며,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다시 인식하게 만든다. 특히 ‘철학적 그린워싱’이라는 개념을 통해, 말과 생각에 머무르고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태도를 비판하며 사유와 실천의 간극을 드러낸다.
페란도는 인간을 고립된 존재가 아닌, 서로 연결된 관계 속의 존재로 바라본다. 인간과 비인간, 기술과 자연을 구분짓던 경계를 흔들며, 우리가 이미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의 특권적 위치를 내려놓고,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미로에서 출구 찾기』는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라기보다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떻게 삶의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낸다.
길을 잃은 시대라 말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미로 안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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