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출판사 제공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서로를 오해한 채 살아갈까. 그리고 그 오해를 끝내 풀지 못한 채,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지영의 첫 단편집 『희희희』는 그 질문을 조용히 붙든다.
이번 작품은 세 편의 단편을 통해 상실과 고립, 그리고 인간 관계의 균열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희희희」는 같은 이름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죽음 이후에도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기억하고 살아가는지를 따라간다. ‘희’라는 글자 하나를 공유한 이들의 관계는 상실 이후 더욱 또렷해지며, 남겨진 삶의 무게를 드러낸다.
두 번째 작품 「오해를 오해로 두기」는 현대인의 고립을 보다 직접적으로 비춘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만들어지는 오해, 그리고 그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쌓여가는 거리감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사람들은 사실을 보지 못하면서도 아는 것처럼 말하고, 침묵은 때로 동조로 해석된다. 이 소설은 그런 관계의 균열을 차갑게 응시한다.
마지막 「오래된 사람」은 노년의 시간을 통해 또 다른 상실을 그린다. 나이가 들어가며 잃어가는 것들, 사회로부터 밀려나는 감각, 그리고 기술과 인간 사이의 미묘한 거리까지 담아낸다. 특히 인공지능과의 대화 장면은, 관계의 대체 가능성과 외로움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오지영의 문장은 서두르지 않는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장면을 길게 끌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사소한 동작과 침묵 속에 머물며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발견하게 만든다. 짧은 분량이지만 읽고 난 뒤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고통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얼굴들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각자의 ‘희’ 앞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잃은 것을 붙잡고, 누군가는 오해 속에 머물며, 또 누군가는 시간을 견디고 있다. 이 책은 그 모든 시간을 조용히 기록한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