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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대에 길게 듣는 법, 『귀 열어, 클래식 들어간다』 (서영재, 삼호이티엠)
숏폼에 지친 감각을 깨우는 클래식 입문서, 오케스트라 현장을 책으로 풀다
출판사 제공
30초짜리 영상이 일상을 점령한 시대, 길고 느린 음악은 점점 낯설어진다. 『귀 열어, 클래식 들어간다』는 바로 그 간극에서 출발한다. 왜 지금 다시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이 책은 KBS교향악단 서영재 PD가 그동안 영상 콘텐츠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첫 단행본이다. ‘궁예 레퀴엠’, ‘강호동 협주곡’ 같은 파격적인 기획으로 클래식의 문턱을 낮춰온 그는, 이번에는 글을 통해 독자를 클래식의 세계로 이끈다. 기존 입문서와 달리 “클래식은 재미없다”는 고백에서 출발해 독자의 거리감을 먼저 인정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내용은 단순한 곡 해설을 넘는다. 클래식을 ‘숏폼처럼 즐기는 방법’, 오케스트라 구성과 악기의 역할, 공연장에서의 에티켓 등 실용적인 정보가 촘촘히 담겼다. 여기에 베를리오즈, 차이콥스키, 베토벤 등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짧고 흥미롭게 풀어내며, 음악을 이야기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이 책이 돋보이는 지점은 ‘사람’에 있다. 무대 위 연주자뿐 아니라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생생한 인터뷰, 그리고 공연을 만들어내는 사무국 직원들의 뒷이야기까지 함께 담아내며, 오케스트라라는 집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QR코드를 통해 실제 연주를 바로 감상할 수 있는 구성도 독자의 몰입을 돕는다.
이 책은 클래식을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대신 일상의 감각으로 끌어내려, 듣는 경험 자체를 새롭게 구성한다. 짧은 자극에 익숙해진 귀를 다시 열어, 길게 이어지는 음악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에 가깝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클래식은 어렵고 먼 음악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마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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