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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역사를 다시 쓰다, 『선주민이 쓴 미국사』 (네드 블랙호크, 책과함께)
백인 중심 서사를 넘어, 선주민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500년 미국사
출판사 제공
미국의 역사는 누구의 이야기였을까. 학교에서 배운 역사 속 주인공은 대개 백인 정착민이었고, 그들의 개척과 건국 서사가 중심을 이루어 왔다. 『선주민이 쓴 미국사』는 이 익숙한 구도를 근본부터 흔들며, 지금까지 주변으로 밀려났던 선주민의 시선에서 역사를 다시 풀어낸다.
저자 네드 블랙호크는 기존 미국사가 흑백 이분법과 정착민 중심 서사에 치우쳐 있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선주민은 국가 형성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서술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이 책은 ‘발견’이나 ‘개척’이라는 단어 대신 ‘만남’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놓는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의 충돌과 교류, 협상과 갈등을 통해 미국이 형성되었다는 관점이다. 이를 통해 선주민은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 역사적 변화를 만들어낸 능동적 주체로 복원된다.
특히 미국독립혁명과 국가 형성 과정에 대한 해석이 눈에 띈다. 이 책은 독립이 단순한 자유의 투쟁이 아니라, 선주민의 땅을 둘러싼 갈등과 정착민의 확장 욕망 속에서 촉발된 사건으로 바라본다. 기존의 건국 신화 뒤에 가려진 폭력과 배제의 구조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19세기 이후의 서술도 이어진다. 토지 강탈과 강제 이주, 문화 말살 정책, 그리고 동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국가 차원의 억압이 어떻게 체계화되었는지를 짚는다. 동시에 선주민이 이를 어떻게 견디고 저항하며 주권을 지켜왔는지도 함께 조명한다.
이 책은 과거를 단순히 다시 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역사 서술의 기준 자체를 질문하게 만든다. 익숙한 이야기를 의심하는 순간, 비로소 보이지 않던 시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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