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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에도 이유가 있다 『나무늘보 메부』 출간(가야노 신야, 북스토리아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 뒤에 숨은 감정을 그린 그림책

장세환2026년 4월 17일 오후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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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늘보 메부.jpg출판사 제공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은 게으름일까, 아니면 지친 마음의 신호일까. 『나무늘보 메부』는 이 단순한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한 존재의 멈춰 선 시간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주인공 메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무늘보다.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머리 위에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몸에는 이끼가 자라난다. 주변의 작은 생명들은 메부를 놀이터처럼 사용하지만, 정작 메부 자신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다.

하지만 메부는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다정했고, 친구들을 돕고 싶었던 존재였다. 다만 너무 느렸을 뿐이다. 도우려 할수록 타이밍을 놓치고, 노력할수록 결과는 어긋났다. 반복된 실패는 결국 “나는 뭘 해도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어지고, 메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야기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작은 나방을 통해 방향을 바꾼다. 위기에 처한 나방을 보며 메부는 망설이지만, 끝내 몸을 일으킨다. 몸에 자라난 싹과 이끼를 떼어내고, 느린 속도로 나무를 오른다. 빠르지도, 완벽하지도 않지만 그 움직임에는 분명한 이유가 생긴다.

이 작품은 속도를 기준으로 평가되는 세계에서 ‘느림’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게 된 마음,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까지 필요한 시간에 주목한다. 점묘 기법으로 그려진 숲의 풍경은 이러한 감정을 시각적으로도 차분하게 확장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메부의 속도는 어느 순간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방식으로 읽힌다. 누군가에게는 멈춰 있는 시간처럼 보였던 순간이, 다른 시선에서는 준비의 시간일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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