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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결국 사람의 시간이다, 『풍경으로의 건축』 (김용관, 마음산책)

36년 건축사진가가 기록한 ‘관계와 풍경’의 이야기

장세환2026년 4월 17일 오전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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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으로의 건축.jpg출판사 제공

건축을 찍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형태를 담는 일일까, 공간을 기록하는 일일까. 건축사진가 김용관은 그 질문에 대해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 “건축사진은 건축물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의 시간과 의지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풍경으로의 건축』은 36년 동안 한국 현대건축의 현장을 기록해온 사진가 김용관의 첫 사진 산문집이다. 종묘와 해인사 같은 전통 건축부터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이르기까지, 한국 건축의 흐름을 따라온 그의 시선이 77점의 사진과 함께 펼쳐진다.

이 책은 단순한 사진집이 아니다. 건축가와 사진가 사이에서 축적된 시간, 그리고 그 관계가 만들어낸 기록을 들여다보는 작업에 가깝다. 김용관은 건축가와의 협업을 ‘계약’이 아닌 ‘동행’으로 설명한다. 같은 공간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축적한 시간들이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현장에 대한 집요한 몰입에서 출발한다. 제주에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비행기에 올라 이미 촬영을 마친 건축물을 다시 찾았던 일화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결과물은 건축가조차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고, 사진은 그 건축의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냈다.

책 곳곳에는 건축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스며 있다. 건축은 시간이 지나면 기능을 잃기도 하지만, 사진은 그 건축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믿음이다. 결국 사진은 사라지는 것을 붙잡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이 축적된 흔적을 다시 읽어내는 언어에 가깝다.

건축가가 땅 위에 구조를 쌓는다면, 사진가는 빛 위에 기억을 쌓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축적된 시간들이 만나 하나의 풍경이 된다. 그 풍경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건축은 더 이상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남긴 흔적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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