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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속에서도 다시 불리는 이름, 『나오미, 다시 이름을 찾다』 (추성은, 작가의집)
룻기를 여성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회복의 서사
출판사 제공
오랫동안 사랑 이야기로 읽혀 온 성경 ‘룻기’를 전혀 다른 시선에서 풀어낸 책이 출간됐다. 『나오미, 다시 이름을 찾다』는 결혼과 계보 중심의 익숙한 해석에서 벗어나, 상실을 겪은 한 여성의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이야기의 중심을 룻이 아닌 나오미로 옮긴다.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 스스로를 ‘마라’라 부르던 여인. 이 책은 그 이름의 변화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존재를 다시 규정하는 깊은 선언이었다고 짚는다.
이 과정에서 룻기의 장면들은 전혀 다른 결로 읽힌다. 보리밭에서의 노동, 이삭을 줍는 손길, 서로를 붙드는 관계는 낭만이 아닌 생존과 연대의 기록으로 해석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가문의 계승’이 아닌 ‘무너진 존재의 회복’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대 이스라엘의 제도와 사회적 배경을 함께 풀어내며, 당시 여성들이 처했던 현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방인, 과부, 빈곤이라는 조건 속에서 살아가야 했던 인물들의 선택과 용기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은 ‘헤세드’, 변함없는 사랑과 연대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를 지탱하는 힘으로 작동하며, 인물들의 삶을 다시 이어 붙이는 동력이 된다.
결국 이 책은 묻는다. 지금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스스로를 부르고 있는가. 상처와 실패로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 순간에도, 삶은 그 이름을 다시 불러 세울 수 있는가. 오래된 이야기가 현재의 질문으로 되돌아오는 지점에서,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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