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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 남는 질문 하나, 『내 똥이 말을 걸었다』 (타이마르크 르 탄·조엘 드레드미, 책과콩나무)

가장 엉뚱한 순간, 가장 진지한 생각이 시작된다

장세환2026년 4월 16일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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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이 말을 걸었다.jpg출판사 제공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어른들이 살짝 당황하는 소재, ‘똥’. 『내 똥이 말을 걸었다』는 그 익숙하고 유쾌한 소재에서 출발해, 예상보다 훨씬 깊은 질문으로 나아간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화장실에 혼자 남겨진 아이 피에르. 아무리 엄마를 불러도 대답이 없는 순간, 불안이 스며든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눈 ‘똥’이 말을 걸어온다. 이 기묘한 설정이 이야기의 문을 연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사건이 아니라 ‘대화’다. ‘똥카르트’라 불리는 존재는 아이에게 묻고, 되묻고, 생각하게 만든다. 자유란 무엇인지, 혼자라는 감정은 무엇인지, 지금 느끼는 두려움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조용히 짚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철학적 질문들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화장실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 질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웃다가 문득 멈추고, 생각하게 되는 구조다.

그림 역시 이야기의 결을 잘 살린다. 과장된 표정과 유머러스한 장면은 긴장을 풀어주고, 그 사이사이에 놓인 고요한 장면들은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게 만든다. 짧은 분량 안에서 아이의 불안, 호기심, 그리고 작은 성장까지 담아낸다.

『내 똥이 말을 걸었다』는 단순한 웃음책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생각하는 순간’을 그린 이야기다. 가장 사소한 경험이 가장 깊은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남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혼자 있는 순간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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