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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99퍼센트가 세계를 바꾼다,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 (잭 애슈비, 김영사)

전시실 너머, 자연의 기억을 기록하는 공간의 진짜 이야기

장세환2026년 4월 16일 오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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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북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jpg출판사 제공

자연사박물관을 떠올리면 유리 진열장 속 박제된 동식물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은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전시된 표본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자연은 보이지 않는 수장고에 기록되어 있다.

케임브리지대 동물학자이자 박물관 부관장인 저자는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을 오가며, 그 안에 축적된 방대한 ‘자연의 기억’을 풀어낸다. 현미경으로 겨우 보이는 곤충부터 거대한 고래 뼈, 이미 사라진 멸종 생물의 표본까지,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이해하는 데이터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선택’이다. 어떤 생물을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며, 무엇을 전시할 것인지에 따라 자연은 다르게 기록된다. 즉, 박물관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시선과 시대의 가치가 반영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또한 박물관은 과거를 저장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수십억 점에 이르는 표본들은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감염병 연구 등 미래를 대비하는 과학적 자산으로 활용된다. 실제로 오래전 수집된 표본이 수십 년 뒤 새로운 종으로 밝혀지거나, 팬데믹 대응 연구에 활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층위는 역사다. 표본 수집의 이면에는 식민지 시대의 흔적과 지워진 기록들이 존재하며, 저자는 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자연을 기록하는 일이 결국 인간의 역사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전시실을 넘어선 이 질문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세계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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