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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는 섬에서 시작된 실종의 미스터리, 『마신자』 (샤오샹선, 글항아리)
타이완과 류큐를 가로지르는 요괴 전설과 정체성의 서사
출판사 제공
하늘 위 밀실에서 한 사람이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마신자』는 이 기이한 사건에서 출발해, 인간과 요괴, 그리고 역사와 정체성이 뒤엉킨 깊은 서사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타이완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샤오샹선의 장편소설이 국내에 처음 소개되며, 동아시아 요괴 서사의 새로운 결을 드러낸다.
작품의 중심에는 ‘마신자’라는 존재가 있다. 사람을 홀려 산속으로 끌고 간다는 타이완의 전통 요괴로, 실제 실종 사건을 설명하는 민간의 언어이기도 하다. 여기에 류큐 지역의 유사한 요괴 ‘싯키’가 겹쳐지며, 소설은 단순한 괴담을 넘어 서로 다른 땅과 기억이 교차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비행 중 조종석에서 사라진 기장 신야오의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 쉐펀은 그의 고향 어촌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실종의 단서가 아니라, 세대를 거쳐 반복된 ‘사라짐’의 흔적이다. 가족 안에 축적된 기억, 마을에 남은 소문, 그리고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혈통의 이야기들이 층층이 쌓이며 서사는 점점 깊어진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요괴를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과 경계의 상징’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국경선과 지도 위의 선들이 무의미해지는 순간, 인간은 어디에 속하는 존재인지 질문받는다. 작품 속 인물들이 던지는 “나는 어느 땅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물음은, 요괴보다 더 오래 남는 울림으로 이어진다.
샤오샹선은 인류학적 고증과 장르적 상상력을 결합해, 전설과 역사 사이의 틈을 서사로 메운다. 『마신자』는 단순한 요괴 소설이 아니라, 사라진 존재들과 남겨진 사람들 사이를 잇는 이야기다. 읽고 나면, 사라짐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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