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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먹고 싶었는데 시작된 삶의 재배, 『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 (김효원, 이은북)

흙을 일구며 비로소 이해한 삶과 가족의 시간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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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jpg출판사 제공

도시의 삶은 빠르게 흘러간다. 계획하고, 성취하고, 다시 다음을 향해 달린다. 『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는 그 속도를 잠시 멈추게 하는 이야기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시작된 텃밭 농사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따라간다.

이 책은 32년간 언론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강원도 영월의 텃밭을 오가며 겪은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남겨진 땅을 외면하지 못하고 시작한 농사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모종을 얼려 죽이고, 잡초에 밭을 빼앗기고, 애써 키운 작물이 무너지는 실패가 반복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다시 씨앗을 심는다.

이 책이 단순한 농사 이야기를 넘어서는 지점은 ‘애도’에 있다. 텃밭을 일구는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된다. 남겨진 일기를 읽고, 밭을 돌보고, 흙을 만지는 행위는 결국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또한 작품은 자연 앞에서의 인간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비가 오지 않아도 걱정이고, 너무 많이 와도 문제인 상황 속에서 인간은 통제할 수 없는 세계와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키운다’는 일이 얼마나 많은 변수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지 깨닫게 된다.

책은 실패와 고단함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발견되는 작고 확실한 변화들을 포착한다. 채소 하나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손길을 알게 되고, 그동안 쉽게 지나쳤던 일상의 가치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농사는 생산의 행위가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놀고먹고 싶었는데 100평 텃밭이 생겼다』는 빠르게 소비되는 일상 속에서 ‘기다림’이라는 감각을 복원한다. 씨앗이 자라는 시간처럼, 삶 역시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삶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길러가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만나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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