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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강원도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바다와 산을 먼저 떠올린다. 동해의 푸른 수평선, 설악의 능선,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들. 그러나 『모든 날의 강원』은 그 익숙한 이미지 뒤에 가려진 또 다른 층위를 들춰낸다. 이 책은 강원을 ‘보는 곳’이 아니라 ‘살아낸 곳’으로 다시 읽어내는 여행 에세이다.
저자 이영재는 강릉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방송인으로, 장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강원을 오래 관찰해 온 인물이다. 제주에서의 삶을 기록한 전작에 이어 이번 책에서는 강원의 골목과 마을, 그리고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의 결을 한 권에 담아냈다. 스스로를 ‘장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부르는 저자의 시선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의 시선과 분명히 다르다.
책은 유명 관광지를 나열하는 대신, 논골담길의 가파른 경사, 정선 아우라지의 물길, 강릉단오제의 사람 냄새 같은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강원을 구성한다.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과 맞물려 있다. 경사는 삶의 고단함이었고, 물길은 기억의 흐름이었으며, 축제는 공동체의 리듬이었다.
특히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강원을 이루는 감각’이다. 포도 향이 먼저 다가오는 산골 마을, 눈부심이 아니라 압도에 가까운 동해의 빛, 그리고 겨울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빛까지. 저자는 풍경을 설명하기보다 체험하게 만든다. 독자는 페이지를 넘기며 어느 순간 강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한 강원은 자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탄광촌의 검은 시간, 단종의 이야기가 남은 영월, 커피 도시로 성장한 강릉의 변화까지, 이 책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풍경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게 강원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과 시간이 겹겹이 쌓인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강원은 더 이상 사진 속 배경처럼 소비되는 장소가 아니다. 그곳은 누군가의 삶이 이어지고, 기억이 남고, 계절이 축적되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알고 있던 강원과,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강원이 한 겹씩 겹쳐지며 전혀 다른 깊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모든 날의 강원』은 어디를 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묻는다.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여행 대신, 한 장소에 머물며 그 안의 시간을 읽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강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곳 역시,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읽혀야 할 ‘모든 날의 장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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