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보이지 않는 연결이 무너질 때, 『고립 경제학』 (벤 추, 메디치미디어)

자급자족 신화에 던지는 날카로운 경고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1:14
315

고립 경제학.jpg출판사 제공

전쟁과 팬데믹, 기술 패권 경쟁이 이어지는 오늘의 세계는 점점 ‘닫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산화가 답이다”, “자급자족이 곧 안보다”라는 구호가 힘을 얻는 가운데, 『고립 경제학』은 그 믿음 자체를 정면으로 흔드는 문제작이다.

이 책은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한다. 과연 각국이 서로를 끊어내고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인가, 아니면 서로 얽힌 채 살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길인가. 저자는 ‘고립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호무역과 자급자족을 향한 흐름이 얼마나 강력한 유혹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위험을 품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저자 벤 추는 영국의 경제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으로, 주요 언론에서 경제 분석을 이어온 전문가다. 현대사 전공을 바탕으로 경제를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읽어내는 데 강점을 지닌 그는, 글로벌 공급망과 정치적 선택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기존 통념을 해체하는 분석력은 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책은 단순한 이론서가 아니다. 식량,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등 우리 일상과 직결된 분야를 통해 세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도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수십 번 국경을 넘나들고, 의료 물자가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국제 무역을 통해 빠르게 공급되는 현실은 ‘완전한 자급자족’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임을 드러낸다.

특히 저자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와 오늘날을 나란히 놓는다.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각국이 고립을 선택했던 그 시기가 결국 더 큰 충돌로 이어졌다는 점을 짚으며, 현재의 흐름 역시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선택임을 강조한다.

『고립 경제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립은 안전을 보장하는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불안을 부르는 선택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결을 끊는 순간 위기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취약한 방식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 세계는 다시 ‘각자도생’이라는 오래된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이 책은 그 선택이 얼마나 매혹적인 동시에 위험한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차분하지만 집요하게 짚어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을 끊어낼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더 정교하게 다듬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가르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8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1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