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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어떻게 시대를 움직였는가, 『시대의 잡지를 읽다』 (이만근, 스타북스)

잊힌 잡지 『동광』 100년, 『새벽』과 ‘금요강좌’로 이어진 지성의 흐름

최준혁2026년 4월 15일 오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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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잡지를 읽다.jpg출판사 제공

한 시대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사건만이 아니다. 때로는 한 권의 잡지, 한 편의 글, 그리고 한 번의 강연이 조용히 방향을 틀어 놓는다. 『시대의 잡지를 읽다』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따라가며 한국 근현대사의 이면을 복원해낸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민족 계몽 잡지 『동광』과 해방 이후 민주주의를 향한 목소리를 담은 『새벽』, 그리고 시민 교양 운동의 출발점이 된 ‘금요강좌’를 중심으로 한국 지성사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특히 『동광』 창간 100주년이라는 시점과 맞물리며, 잊혀졌던 기록을 다시 호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저자 이만근은 오랜 기간 흥사단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단순한 자료 정리를 넘어 현장의 기억과 체험을 함께 녹여냈다. 『동광』이 단순한 문예지가 아니라 민족의식을 일깨운 지성 플랫폼이었고, 『새벽』이 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의 언어를 확장한 매체였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짚어낸다. 삭제와 압수, 검열 속에서도 이어진 글쓰기의 흐름은 당시 지식인들의 치열한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한 책은 ‘금요강좌’를 통해 지식이 어떻게 거리로 확장되었는지를 강조한다. 교수, 언론인, 사상가들이 강단에 올라 시민과 직접 만났던 이 강좌는 단순한 교양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사회의 시민 의식을 형성한 장이었다. 약 1,400여 회에 걸쳐 이어진 강연은, 지식이 제도 안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로 흘러들어갔던 생생한 사례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은 ‘연결’이다. 『동광』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이 『새벽』으로 이어지고, 다시 ‘금요강좌’라는 형태로 확장되며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도산 안창호의 사상과 실천이 매체와 교육을 통해 어떻게 시대 속에서 살아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의 시대에도 질문은 유효하다.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글과 말은 어떻게 사회를 움직이는가. 이 책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그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단순한 회고에 머물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조용히 이어진다.

과거의 잡지를 들춰보는 일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그 속에는 시대를 바꾸려 했던 문장들이 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다. 그 질문을 다시 읽는 순간, 우리는 이미 같은 흐름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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