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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 정답 없는 질문에 답을 묻다, 『잘하는 거 할래? 좋아하는 거 할래?』 (홍경화, 테일브릿지)

스물네 개의 삶으로 풀어낸 진로 선택의 현실적인 심리학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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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거 할래 좋아하는 거 할래.jpg출판사 제공

누구나 한 번쯤은 이 질문 앞에 멈춰 선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잘하는 일을 택할 것인가. 『잘하는 거 할래? 좋아하는 거 할래?』는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 들되, 단순한 조언이나 해답 대신 실제 삶의 궤적 속에서 답을 찾는다.

책은 제빵사, 교사, 파일럿, 상담가 등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스물네 명의 직업인을 인터뷰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길을 잃은 사람, 잘해서 선택했지만 마음이 따라오지 않은 사람,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일이 삶이 되어버린 사람들까지. 각기 다른 선택의 결과는 단일한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고, 오히려 ‘삶은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저자 홍경화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자아 정체성과 변화 과정을 연구해온 학자다. 서울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가며 인간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이해하고 선택을 수정해 나가는지를 탐구해왔다. 이 책에서도 인터뷰를 단순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그 안에 심리학적 해석을 덧붙여 개인의 선택이 어떤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지 풀어낸다. 감정의 흐름과 선택의 이유를 분석하면서도, 독자가 자신의 삶을 자연스럽게 대입해 보도록 만드는 균형감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좋아함’과 ‘잘함’이 서로 충돌하는 순간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도 끝까지 좋아할 수 있는가, 잘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결국 좋아지게 되는가. 책은 이 질문들에 대해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좋아함이 사라지는 순간, 잘함이 부담이 되는 순간, 그리고 둘이 어긋나는 시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하는 힘’과 ‘버티는 방식’이다.

결국 『잘하는 거 할래? 좋아하는 거 할래?』는 진로를 결정하는 책이라기보다, 선택 이후를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답을 찾으려 애쓰기보다, 선택한 길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시선을 옮기게 만든다.

막막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따라 여러 삶의 장면을 지나고 나면, 그 막막함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또렷해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쌓일수록, 선택은 하나로 좁혀지기보다 오히려 더 넓어진다. 그리고 그 넓어진 자리에서, 지금 서 있는 위치를 다시 바라볼 여유가 조금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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