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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출간(김훈기, 동아엠앤비)

멘델에서 합성생물학까지, 인간을 다시 읽는 과학의 시선

장세환2026년 4월 15일 오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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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jpg출판사 제공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고났다”는 말로 자신을 설명할까.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그 익숙한 문장을 정면에서 흔든다. 유전자가 곧 운명이라는 믿음, 이른바 ‘유전자 결정론’을 해체하며 인간을 이해하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과학 교양서다.

책은 멘델의 유전 법칙에서 출발해 DNA의 발견, 분자생물학의 발전, 인간게놈프로젝트를 거쳐 합성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풀어낸다. 유전자는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해석되고 조절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단선적인 이해를 넘어선다.

저자 김훈기는 과학기술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해 온 연구자다. 과학저널리즘 현장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생명과학과 사회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고, 현재는 대학에서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의 글은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이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데까지 확장된다.

이 책의 핵심은 ‘유전자 이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같은 유전자를 지니고도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 환경과 경험이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 장내 미생물과 후성유전학 같은 새로운 연구 흐름까지 아우르며 인간이라는 존재를 보다 복합적으로 설명한다. 유전자는 결과를 확정하는 요소가 아니라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건이라는 점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또한 책은 유전자 기술이 현실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다룬다. 질병을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 특정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 나아가 생명을 설계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지며, 과학이 더 이상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는 시대를 보여준다. 동시에 이러한 기술이 불러오는 윤리적 질문, 선택의 문제 역시 피하지 않는다.

결국 『DNA는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인간을 하나의 고정된 결과로 보지 않는다. 유전자, 환경, 시간, 그리고 선택이 얽히며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 역시 그만큼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을 관통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말이 더 이상 설명이 되지 않는 순간, 질문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나는 어떤 조건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 이 책은 그 질문을 과학의 언어로 끝까지 밀어붙이며, 독자가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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