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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청계천은 오랫동안 ‘성공적인 도시 복원’의 대표 사례로 소비돼 왔다. 그러나 『저항하는 청계천』은 그 익숙한 서사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이 책은 복원과 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된 도시 개발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을 밀어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저항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저자 최인기는 청계천을 단순한 하천이나 도시 경관이 아니라, 산업과 노동, 주거가 얽힌 복합적인 생활 공간으로 바라본다. 조선시대 개천 정비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와 전후 판자촌 형성, 복개와 고가도로 건설, 2000년대 복원 사업에 이르기까지 청계천의 변화는 곧 한국 도시화의 압축된 역사로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공간은 계속 재편되었지만, 그 중심에는 늘 생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이 존재했다.
특히 이 책은 노점상, 공구상, 의류·인쇄 산업 종사자 등 청계천을 기반으로 살아온 이들의 목소리를 전면에 배치한다. 개발 정책은 ‘도시 미관’과 ‘공공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임대료 상승과 강제 철거, 생계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청계천 일대 지가 상승과 재개발 구조가 어떻게 생활 기반을 해체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이 문제를 개인의 적응 실패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위치시킨다.
책의 후반부는 개발과 저항의 구체적 장면들로 이어진다. 복원 공사를 전후해 벌어진 노점상 단속과 충돌, 동대문운동장 철거, 세운상가 일대 산업 생태계 붕괴 등은 도시 정책이 실제 삶과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가난한 이들끼리 경쟁하게 만드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은 도시 개발이 단순한 공간 재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까지 재구성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저자는 외부 분석자가 아니라 현장을 살아온 기록자로서 서술한다. 빈민운동가로 활동해온 그는 구술과 사진, 개인적 경험을 결합해 통계나 정책 문서로는 드러나지 않는 구체적 삶의 층위를 복원한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도시 비판서이면서 동시에 현장 기록의 성격을 함께 갖는다.
『저항하는 청계천』은 도시 개발을 둘러싼 논의를 ‘필요한 변화’라는 당위에서 멈추지 않는다. 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삶이 제거되고 있는지를 끝까지 묻는다. 이 질문은 청계천이라는 특정 공간을 넘어, 앞으로의 도시가 어떤 기준으로 설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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