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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 『느린 학습자를 위한 100문 100답』 (박찬선, 학교도서관저널)
기초 학습부터 자립까지, 느린 학습자를 둘러싼 현실 질문에 답하는 현장 중심 교육서
출판사 제공
학습이 느리다는 이유로 아이는 종종 ‘뒤처진 존재’로 규정된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100문 100답』은 이 익숙한 판단을 출발점에서부터 다시 묻는다.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맞지 않는 속도와 방식의 문제라는 전환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은 부모와 교사가 실제로 마주하는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힘들어질까”, “기초가 부족한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문해력은 문제집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구조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각각의 답변은 이론 설명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책은 ‘기초학습’과 ‘교과학습’을 분리해 설명한다. 기초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과를 따라가려 할 때 아이가 겪는 부담과 좌절을 구체적으로 짚으며, 학습 부진을 의지 문제로 해석하는 오류를 교정한다. “따라가고 싶은데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의 조용한 좌절”이라는 설명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이면의 상태를 드러내는 지점이다.
저자 박찬선은 아동심리 전문가로, 25년 이상 경계선 지능 및 느린 학습자를 대상으로 치료와 교육 현장을 이어온 인물이다. 1,000회 이상의 강연과 다수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은 축적된 사례를 질문과 답의 형태로 정리한다. 서울과 지방 교육청의 프로그램 운영, 교사 연수, 부모 교육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이 구체적인 지침으로 연결된다.
책이 강조하는 것은 ‘앞당김’이 아니라 ‘동행’이다. 아이를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함께 가는 방식이 학습과 성장의 조건으로 제시된다. 질문의 방향 역시 달라진다. “왜 이것밖에 못할까”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한 걸음은 무엇인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반복된다.
이 책은 학습 속도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제시하는 대신, 학습을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설정한다. 기초와 교과를 구분하고, 속도보다 지속을 우선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에 둔다. 이러한 기준 위에서 부모와 교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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