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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은 어디까지 인간을 밀어붙이는가 『살인자의 정신』 신간 출간(올스턴 체이스, 글항아리)
천재는 왜 폭탄을 만들었나, 엘리트 교육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치다
출판사 제공
폭탄은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인간의 내면과 시대, 그리고 지식의 축적이 오랜 시간 뒤엉킨 끝에서 터진다. 『살인자의 정신』은 미국 역사상 가장 지적인 연쇄살인범으로 불린 테드 카진스키의 삶을 따라가며, 그 폭발의 근원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이 책의 저자 올스턴 체이스는 철학자이자 환경사 연구자, 그리고 학계의 내부를 비판해온 지식인이다. 하버드, 옥스퍼드, 프린스턴에서 학위를 받고 철학 교수로 활동했던 그는, 과학과 교육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학계에 대한 깊은 회의 끝에 야생으로 들어갔던 이력 역시, 이 책이 단순한 범죄 기록이 아니라 ‘지성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책은 카진스키를 괴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학생, 뛰어난 수학자, 그리고 사회에서 고립되어가는 한 인간의 과정을 차분히 복원한다. 열여섯에 하버드에 입학한 그는 지적 성취와는 별개로 깊은 소외를 겪었고, 심리 실험과 경쟁적 교육 환경 속에서 점점 균열을 키워갔다. 그 균열은 결국 철학적 신념과 결합한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자유를 파괴한다는 믿음, 그리고 감정보다 논리를 우선하는 사고 방식이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틀로 작동한다.
이 작품이 주목하는 지점은 범죄의 과정이 아니라 ‘형성의 구조’다. 한 개인의 분노와 상처는 단독으로 폭발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대의 공기와 결합한다. 냉전기 미국의 지적 분위기, 엘리트 교육이 만들어낸 경쟁과 고립, 그리고 도덕을 배제한 채 강화된 이성 중심 사고가 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카진스키라는 인물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이를 통해 묻는다. 지식은 인간을 해방시키는가, 아니면 고립시키는가.
읽다 보면 불편한 감각이 남는다. 이 이야기가 특정 인물의 극단적 사례로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 감정보다 판단을 앞세우는 태도, 그리고 점점 좁아지는 관계의 틈 속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밀려날 수 있는가.
이 책은 살인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끝내 독자를 향해 방향을 돌린다. 질문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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