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핵심은 하나다, 공포는 현실에서 시작된다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 신간 출간(조던 필, 황금가지)
<겟 아웃> 감독의 공포소
출판사 제공
공포 영화의 문법을 뒤흔든 감독이 이번에는 ‘이야기’를 모았다. 영화가 아닌 문학으로 확장된 공포다. 『저 밖에서 비명 소리가』는 조던 필이 직접 엄선한 19편의 단편을 묶은 앤솔러지로, 이른바 ‘블랙 호러’라는 흐름을 집약한 결과물이다.
조던 필은 영화 「겟 아웃」과 「어스」, 「놉」을 통해 단순한 공포를 넘어 인종과 사회 구조를 드러내는 서사를 구축해 온 창작자다. 코미디에서 출발해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거머쥔 그는, 장르의 외피 안에 사회적 질문을 심어 넣는 방식으로 공포를 재정의해 왔다. 이번 책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고르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시대에 왜 이 이야기가 필요한가’를 기준으로 작품을 선별했다.
이 앤솔러지에는 장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신예들이 함께 참여했다. 휴고상을 수상한 N. K. 제미신을 비롯해 은네디 오코라포르, P. 젤리 클라크 등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포를 재구성한다. 이야기들은 초자연적 존재, 외계인, 디스토피아적 설정을 활용하지만, 그 뿌리는 철저히 현실에 닿아 있다. 노예제의 기억, 시민운동의 흔적, 경찰 폭력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이 기묘한 서사와 맞물리며 독자를 밀어붙인다.
이 책에서 공포는 괴물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일상의 폭력이 기괴한 형상으로 변하고,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집단의 기억이 개인의 몸을 파고든다. 과거의 사건이 끝난 일이 아니라 현재형의 공포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책은 ‘놀라게 하는 이야기’보다 ‘불편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가깝다. 읽는 동안 독자는 상상 속 괴물보다 현실의 균열을 더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장르적으로도 경계가 넓다. 아프리카와 카리브해의 민담, 미국 남부의 역사, 미래 사회를 다룬 과학적 상상력까지 서로 다른 문화와 서사가 한 권 안에서 교차한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이면서 공포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전통에 갇히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경험들이 겹치며, 공포가 어떻게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지 드러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섭다’는 감정보다 다른 감각이 남는다. 익숙하게 소비해 온 공포가 얼마나 단순한 틀이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외면해 온 현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의 재료였는지 뒤늦게 깨닫게 된다. 공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서 형태를 바꾸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