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하루를 버텨낸다.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웃기도 한다. 그런데 돌아와 앉으면 이유 없이 가라앉는다. 『반우울』은 바로 이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름을 붙인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괜찮지 않은 상태, ‘반우울’이다.
저자는 25년간 환자를 진료하며 이 모호한 구간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우울증은 아니지만 단순한 기분 저하로 치부하기엔 일상이 흔들리는 상태. 문제는 이 상태가 병명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이름이 없으면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책은 이 감정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는 정보, 비교, 업무, 관계 속에서 ‘정상적으로 소모된 결과’라고 짚는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 오히려 더 쉽게 무너지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버티는 힘이 클수록 자신의 상태를 늦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해법이 거창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잘 자고, 잘 먹고, 자극을 줄이고, 멈추는 법을 배우는 것. 특히 ‘쉬는 법’을 다시 정의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자극이라는 지적은 지금의 생활 방식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이 책이 던지는 핵심은 분명하다. 지금의 무기력은 이상이 아니라 신호라는 것.
버텨낸 하루가 쌓일수록, 마음은 조용히 이름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