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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 앞에서 흔들리는 법, 『국제법의 역사』 (올리비에 코르텐·피에르 클랭, 그림씨)

전쟁과 권력의 역사 속에서 국제법의 역할과 한계를 추적한 그래픽노블

한성욱2026년 4월 13일 오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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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의 역사.jpg출판사 제공

“국제법은 필요 없다.”

강대국의 군사 행동과 국제기구 탈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법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반복된다. 『국제법의 역사』는 그 질문을 과거로 밀어 넣는다.

이 책은 15세기부터 현재까지 500여 년에 걸친 국제법의 형성과 변화를 그래픽노블 형식으로 풀어낸다. 종교 권위 아래에서 세계를 분할하던 시기부터, 주권과 자연법, 인권 개념이 등장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따라간다. 법은 처음부터 중립적이지 않았다. 교황의 권위로 정복을 정당화하던 시기, ‘문명’이라는 기준으로 식민 지배를 합리화하던 흐름이 함께 제시된다.

이후 국제법은 전쟁을 제한하고 분쟁을 조정하려는 장치로 확장된다. 국제연맹과 유엔 체제, 인권 선언과 국제재판소의 등장은 법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제도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강대국의 이해관계 앞에서 반복적으로 무력화되는 장면도 함께 배치된다.

책은 낙관과 회의라는 두 시선을 동시에 유지한다. 작품 속 두 인물은 국제법을 문명의 성과로 보는 관점과 권력의 도구로 보는 시각을 오가며,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는 긴장을 만든다. 국제법이 정의를 보장하지 못했던 역사와, 그럼에도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온 순간이 교차한다.

토르데시야스 조약처럼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이 오늘날의 언어와 국경을 결정지은 사례부터, 현대의 전쟁과 인권 문제까지 연결된다. 과거의 합의가 현재의 현실로 이어지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법은 종종 늦게 도착한다. 그 사이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는 기록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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