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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되살아난 사유의 시간,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 출간(강인숙 엮음, 열림원)

제자들의 기억으로 복원된 ‘교수 이어령’의 얼굴

장세환2026년 4월 10일 오후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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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jpg출판사 제공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강의가 책으로 돌아왔다.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은 평론가이자 사상가로 널리 알려진 이어령의 또 다른 모습, ‘강단 위의 이어령’을 제자들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다시 불러낸다.

이 책은 단일 저자의 정리된 강의록이 아니다. 경기고 시절부터 서울대 강사, 이화여대 교수 시절까지 이어진 그의 강의를 경험한 제자들과 동료 학자들의 증언을 모아 구성했다.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이어령을 만났던 이들의 기억이 교차하며, 하나의 입체적인 ‘강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어령의 강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었다. 텍스트를 의심하고 해체하며 다시 구성하는 과정 자체가 수업의 핵심이었다. ‘하이퍼텍스트’, ‘디지로그’ 같은 개념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그의 사고는 강의실을 사유의 실험실로 바꾸었고, 학생들에게는 지적 충격과 동시에 질문하는 태도를 남겼다.

책은 이어령을 ‘설명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깨우치는 스승’으로 조명한다. 제자들은 그의 강의를 통해 단순히 문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체득했다고 회고한다. 한 사람의 강의가 개인의 삶과 진로, 사유의 방향까지 바꾸는 장면들이 곳곳에 기록돼 있다.

이 작업은 동시에 한국 지성사의 한 장면을 복원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전쟁과 식민지의 격변기를 지나며 학문을 구축해야 했던 세대의 고민, 강의와 연구가 동시에 형성되던 과정이 이어령이라는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이어령이 남기지 못한 ‘강의록’은 이제 제자들의 언어로 다시 쓰였다. 강의실에서 시작된 질문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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