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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이유를 묻는 순간, 인간이 보인다,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 (배환국, 소금나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진화로 풀어낸 교양 인문서
출판사 제공
하루 종일 앉아 있었는데도 피곤하고,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있다. 『달리는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가 겪는 피로와 불안, 고립감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진화의 결과’로 바라보며 인간의 본성을 다시 설명한다.
저자 배환국은 인간 역시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살아왔는지가 생물의 본성을 규정한다는 생태학의 원칙을 인간에게 적용하며, 사바나에서 달리고 협력하며 살아온 인류의 흔적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현대인의 삶이 본능과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드러낸다.
책은 단순한 진화 이야기로 머물지 않는다. 달리기라는 행위를 중심에 두고 인간의 신체 구조와 심리, 사회적 행동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낸다. 발바닥 아치와 아킬레스건, 땀샘 같은 신체적 특징부터 협력, 언어, 공감, 나눔까지 이어지는 서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감정의 해석 방식이다. 외로움은 관계의 결핍이 아니라 연결을 요구하는 신호이고, 불안은 생존을 위한 경고 시스템이라는 식이다. 우리가 흔히 ‘문제’로 받아들이던 감정들이 사실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기능이라는 점을 짚는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선은 더 넓어진다. 사냥한 고기를 나누는 행위에서 시작된 협력 구조, 모닥불 주변에서 형성된 이야기 문화, 그리고 희망과 믿음 같은 심리적 장치까지 이어지며 인간 사회의 기원을 설명한다. 기술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이 몸을 움직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책은 달리기를 권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우리가 왜 움직이고, 왜 연결되고, 왜 어떤 순간에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지를 묻는다.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아주 오래된 시간 사이가 예상보다 훨씬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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