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파국을 향해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다정한 지옥』 (김인정, 아작)

망해버린 사랑이 가장 눈부신 이유

장세환2026년 4월 9일 오후 2:52
515

다정한 지옥.jpg출판사 제공

사랑은 언제 가장 강렬해지는가. 서로를 구할 때가 아니라, 서로를 망칠 때다. 『다정한 지옥』은 그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우리는 실패가 예정된 사랑,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에 끌리는가.

김인정의 소설집 『다정한 지옥』은 동양적 정서와 환상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망한 사랑’의 극단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계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대신 끝을 알면서도 서로를 향해 나아간다.

수록작 가운데 중심이 되는 「그리고 낙원까지」는 이 책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비의 원수를 찾아온 소녀가 복수 대신 검을 배우겠다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언젠가 제자가 자신의 목을 벨 것을 알면서도 검을 가르치는 스승,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자라나는 연민과 애착은 결국 파국을 향해 직진한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구원’이 아니라 ‘파괴’의 감정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살리기보다 기꺼이 상처 입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감정에 닿는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 인간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작가는 말한다. “정확하게 절망하고, 눈부시게 부서진다 하더라도 삶은 삶이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무너짐조차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감당하려는 의지, 그 안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 감정의 본질이 이 책의 핵심이다.

『다정한 지옥』은 친절하지 않다. 쉽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가장 불편하고 잔혹한 감정의 결을 끝까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그 파국 속에 인간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낮에는 삼각김밥을 만들고 밤에는 법이 외면한 죽음을 처리한다, 『삼각김밥처리반』(손선영, 삼인서사)

낮에는 삼각김밥을 만들고 밤에는 법이 외면한 죽음을 처리한다, 『삼각김밥처리반』(손선영, 삼인서사)

7월 28일 오후 2:03
12
『살』 신간 출간(데이비드 솔로이, 서해문집)

『살』 신간 출간(데이비드 솔로이, 서해문집)

7월 28일 오전 10:33
8
취약한 삶들이 붙드는 우정 — 편혜영 5년 만의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

취약한 삶들이 붙드는 우정 — 편혜영 5년 만의 소설집 『새들의 사회성』

7월 23일 오후 5:35
21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