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상세
출판사 제공
사랑은 언제 가장 강렬해지는가. 서로를 구할 때가 아니라, 서로를 망칠 때다. 『다정한 지옥』은 그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우리는 실패가 예정된 사랑, 끝내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에 끌리는가.
김인정의 소설집 『다정한 지옥』은 동양적 정서와 환상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망한 사랑’의 극단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이 책 속 인물들은 안전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 계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는다. 대신 끝을 알면서도 서로를 향해 나아간다.
수록작 가운데 중심이 되는 「그리고 낙원까지」는 이 책의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아비의 원수를 찾아온 소녀가 복수 대신 검을 배우겠다고 말하는 순간, 이야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언젠가 제자가 자신의 목을 벨 것을 알면서도 검을 가르치는 스승,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자라나는 연민과 애착은 결국 파국을 향해 직진한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구원’이 아니라 ‘파괴’의 감정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살리기보다 기꺼이 상처 입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가장 깊은 감정에 닿는다. 사랑이란 이름 아래, 인간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작가는 말한다. “정확하게 절망하고, 눈부시게 부서진다 하더라도 삶은 삶이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무너짐조차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감당하려는 의지, 그 안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인간 감정의 본질이 이 책의 핵심이다.
『다정한 지옥』은 친절하지 않다. 쉽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가장 불편하고 잔혹한 감정의 결을 끝까지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는, 그 파국 속에 인간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