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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남긴 균열을 넘어, 관계를 다시 묻다, 『갈등의 뿌리』 (김재철, 보민출판사)

분단의 상처가 세대를 건너 이어지는 이유를 그리다

장세환2026년 4월 8일 오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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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뿌리.jpg출판사 제공

전쟁은 끝났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갈등의 뿌리』는 분단 이후 한 마을에 스며든 이념의 균열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지를 따라가는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거창한 역사 서술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남은 흔적에 집중한다. 누가 어느 편에 섰는지, 어느 집안의 사람인지가 자연스럽게 구분되던 시간. 그 구분은 사라지지 않은 채 다음 세대의 삶 속으로 스며든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가 있다. 생존과 체면 속에서 침묵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다음 세대는 질문을 던진다. 왜 과거의 이념이 지금의 삶을 규정해야 하는지, 왜 여전히 ‘그 집안’이라는 말이 남아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정의를 향한 이들의 선택은 또 다른 갈등을 낳기도 한다.

소설은 정의와 분노를 단순히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옳다고 믿는 행동이 법의 경계를 넘는 순간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지를 보여준다. 갈등을 끝내겠다는 의지가 또 다른 상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차분하게 짚는다.

특히 ‘사부님’이라는 인물은 작품의 축을 잡는다. 그는 개인의 정의가 공동체의 질서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 또한 또 다른 갈등을 낳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재판과 선택의 순간이다. 등장인물들은 변명 대신 자신이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려 한다. 판결은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무겁고 조용하다. 그러나 그 무게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관계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국 이 소설은 갈등의 ‘원인’보다 ‘이후’를 바라본다. 오래된 상처를 덮는 대신, 인정과 책임을 통해 관계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 갈등을 넘어선다는 것은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함께 감당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분열의 시간을 지나온 우리에게 이 작품은 질문을 남긴다. 지금 우리가 이어가고 있는 갈등은 과거의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현재의 선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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