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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어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기 위해 떠나지만, 어떤 여행은 오래된 시간을 다시 만나기 위해 시작된다. 『사이를 걷다』는 후자의 이야기다. 17년 전, 인생을 걸고 떠났던 독일 키일. 그곳으로 다시 향하는 길 위에서 한 사람은 풍경이 아닌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한다.
이 책은 관광지를 소개하지 않는다. 대신 ‘사이’를 기록한다.
떠남과 버팀 사이, 설렘과 두려움 사이, 과거와 현재 사이.
저자는 그 경계에 서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버텼고, 지금의 나는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
여행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결제 버튼 앞에서의 망설임, ‘취사가능’이라는 단어 하나에 흔들리는 마음 같은 사소한 순간들. 그러나 그 작은 흔들림들이 쌓여 결국 한 걸음을 만든다.
“언어는 가서 하는 거야”
과거의 자신이 스스로를 밀어붙이던 문장은, 지금의 시선에서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기다림 또한 하나의 선택이라는 것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책의 인상적인 지점은 ‘시간의 겹침’이다.
유학 시절의 결핍과 중년의 여유가 같은 공간에서 포개진다.
멘자에서 허기를 달래던 기억과, 빵 한 조각을 음미하는 지금의 태도가 나란히 놓인다. 그렇게 삶은 직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들이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이 여행의 의미가 또렷해진다.
“전보다 단단해진 오늘의 내가 그때의 나를 가만히 안아주고 다독였다.”
이 문장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과거를 평가하거나 후회하는 대신, 이해하고 품어주는 태도다. 그래서 이 책은 여행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화해의 기록’에 가깝다.
『사이를 걷다』는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나는 어떤 말을 건넬 수 있는가.
어쩌면 이 책이 남기는 가장 오래가는 장면은 낯선 도시의 풍경이 아니라, 시간 너머에서 조용히 건네지는 한 사람의 위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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