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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상품이 될 수 있는가, 『감정거래소』 출간(나희정, 루프)
감정을 사고파는 미래, 인간의 내면이 계급이 되는 시대를 그린 한국형 디스토피아
출판사 제공
2062년 서울. 감정은 더 이상 개인의 내면에 머무르지 않는다. 『감정거래소』는 감정을 추출하고 거래하는 기술이 일상이 된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가장 사적인 영역이 어떻게 시장의 논리로 편입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소설에서 평온과 희망 같은 감정은 고가의 자산이 된다. 반대로 분노와 불안, 체념은 값싼 감정으로 분류돼 시장에 넘쳐난다. 무엇을 느끼는가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계급과 생존을 가르는 조건이 된다.
작품이 날카롭게 겨냥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인간 사회의 불평등과 결합하는 방식이다. 상위 계층은 값비싼 평온을 유지하고 소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감정조차 팔아야 살아갈 수 있다. 감정은 위로가 아니라 자산이 되고, 내면은 거래 장부로 바뀐다.
주인공 도윤은 ‘평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분노’만 생성하는 인물이다. 그는 감정 폐기물 처리장에 발을 들이며, 이 세계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얼굴과 마주한다. 버려지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만들어낸 삶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질문이 서서히 고개를 든다.
여기에 감정을 학습한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가 더해지며 서사는 확장된다. 분노를 반복 생산하는 인간과 평온을 생산하는 시스템 사이에서, 감정을 느끼는 존재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깊어진다.
법과 제도의 언어로 오래 글을 써온 저자는, 오히려 그 틀 바깥에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마음에 주목한다. 『감정거래소』는 논리로 정리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을 끝까지 붙들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감정의 의미를 낯설게 만든다.
감정을 관리하는 시대를 넘어, 감정을 거래하는 시대. 이 소설은 묻는다.
끝내 팔리지 않는 감정은, 과연 무엇으로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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