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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의 경계를 다시 묻다, 『로고스 특이점』 (김덕훈, 창조와지식)

양자물리학과 신학을 잇는 새로운 통합의 시도

장세환2026년 4월 3일 오후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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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 특이점.jpg출판사 제공

이성과 신앙은 과연 함께 갈 수 있을까. 『로고스 특이점』은 오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던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시 끌어올린다. 과학은 우연과 법칙으로 세계를 설명하고, 신앙은 계시와 해석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다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시도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개혁주의 신학의 전통인 ‘두 책’ 개념을 바탕에 둔다. 자연과 성경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둘 사이의 충돌은 진리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고 본다. 이 관점에서 과학과 신학을 대립이 아닌 ‘동시에 읽어야 할 텍스트’로 재배치한다.

책의 핵심은 창세기의 기원 서사를 현대 과학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는 특이점 개념과 양자 진공 상태를 ‘무’의 물리적 가능성과 연결하고, 빛과 물질, 시간과 공간의 형성을 신학적 의미와 교차시킨다. 특히 ‘말씀’ 개념을 우주 미세 조정과 결부시키는 시도는 과학적 세계관 속에서 신학적 해석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생명과 인간 존재를 다루는 2부에서는 논의가 더욱 확장된다. 생명 발생을 화학적 과정과 영적 개념의 접점에서 바라보고, 후성유전학을 통해 전통적인 신학 개념과 생물학적 메커니즘 사이의 연결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는 교리적 설명을 넘어 과학적 언어로 신앙을 다시 구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로고스 특이점』은 과학을 신앙의 적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해석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바라본다. 과학이 설명하는 세계와 신앙이 이해하는 세계가 완전히 다른 층위가 아니라는 전제 위에서, 두 영역을 하나의 서사로 묶으려는 작업이다.

분명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세계를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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