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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디까지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풀어본 반야심경』 (김성구, 운주사)
현대 물리학으로 다시 읽는 ‘공’과 ‘중도’의 의미
출판사 제공
우리가 보고 믿는 세계는 정말 그대로 존재하는 것일까. 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시간, 공간까지도 흔들릴 수 있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현실의 기준은 어디에 놓여야 할까. 이 책은 그 질문을 과학과 사유의 경계에서 다시 꺼내 든다.
김성구는 『반야심경』의 핵심 개념인 ‘공’과 ‘중도’를 현대 물리학으로 해석한다.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시간과 공간이 관찰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상대성이론, 입자가 관찰 이전에는 확정된 형태를 갖지 않는다는 양자역학의 성질을 통해, 세계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는 점을 풀어낸다.
책은 특히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 자체를 다시 묻는다. 인간이 보는 세계는 있는 그대로의 실재라기보다, 두뇌가 재구성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착시 현상처럼 인식이 만들어낸 세계를 예로 들며, ‘실재’라고 믿어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양자역학의 관점은 이 질문을 더 밀어붙인다. 입자는 관찰되기 전까지 여러 가능성의 상태로 존재하다가, 관찰 순간 하나의 결과로 나타난다. 존재의 성질이 독립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는 해석은, 불교가 말해온 연기와 맞닿는다. 세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조건 속에서 생겨나는 사건의 흐름이라는 시선이다.
이 책은 과학으로 종교를 설명하려는 시도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흔든다. 무엇이 실재인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질문은 점점 깊어지지만, 답은 단순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남는 것은 하나의 방향이다. 세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 시선, 그리고 그 속에서 집착을 내려놓는 태도. 과학과 사유가 만나는 지점에서, 오래된 질문이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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