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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퀀텀, 생명의 탄생』 (성지용·정재호, 한울)
양자역학으로 다시 묻는 생명의 원리와 과학의 질문
출판사 제공
빛 한 줄기가 잎사귀에 닿는 순간,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생명의 흐름이 시작된다. 태양에서 출발한 광자가 식물 안에서 전자를 흔들고, 그 에너지가 다시 인간의 몸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이 책은 그 익숙한 장면을 전혀 다른 좌표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퀀텀, 생명의 탄생』은 생명을 유전자나 화학 반응의 결과로만 설명하는 기존 관점을 벗어난다. 대신 에너지와 정보, 질서가 비평형 상태에서 어떻게 조직되는지, 그 과정 자체를 중심에 놓는다. 물리학의 언어였던 양자역학은 여기서 생명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는 도구로 확장된다.
책은 추상적인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철새가 길을 잃지 않는 이유, 후각이 냄새를 구분하는 방식,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구체적인 현상을 통해 양자적 작용을 풀어낸다.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가 결국 생명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설명’보다 ‘관점’이다.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전반을 이끈다. 진화조차 완전히 무작위가 아니라 확률의 편향 속에서 방향을 갖게 된다는 해석은, 자연선택 이전 단계의 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이 겨누는 지점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다. 생명은 어디까지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설명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답을 앞세우기보다 질문의 자리를 넓혀 놓으며, 과학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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