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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이름으로 반복되는 폭력,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노암 촘스키·네이선 로빈슨, 메디치미디어)
패권의 언어를 해체하는 가장 집요한 질문
출판사 제공
전쟁은 언제나 이유를 달고 등장한다. 문제는 그 이유가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에 있다.
『미국은 어떻게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가』는 그 ‘이유들’을 하나씩 다시 들춰낸다. 민주주의, 인권, 평화. 익숙하게 반복되어 온 말들이 실제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어 왔는지를 추적한다.
책은 미국의 대외 정책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동남아시아 전쟁, 이라크 침공, 중동 분쟁, 그리고 최근의 국제 질서까지. 사건은 바뀌지만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힘의 방향에 따라 같은 행동이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여기서 핵심은 선택이다. 무엇을 문제 삼고, 무엇을 넘어가는가. 책은 미국이 인권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관된 원칙이 아니라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적대국의 폭력은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동맹국의 폭력은 묵인되거나 정당화된다. 기준은 단순하다. 국익에 부합하느냐의 문제다.
이 구조는 언어에서도 반복된다. ‘테러’라는 단어조차 동일한 행위를 가리키지 않는다. 누가 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책은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개념들이 사실은 특정한 시선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드러낸다.
결국 이 책이 겨누는 대상은 사건이 아니라 ‘설명 방식’이다. 왜 어떤 폭력은 정당화되고, 어떤 폭력은 규탄되는가. 왜 어떤 죽음은 기록되고, 어떤 죽음은 사라지는가.
촘스키와 로빈슨은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리고 독자에게 남긴다.
우리가 믿어온 이야기들은, 과연 누구의 것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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