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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권력, 웃음으로 뒤집히다, 『여용국전 / 어득강전 / 조충의전』 (작자미상, 이민희 옮김, 지만지한국문학)

조선 후기 사회를 비틀어 보여주는 세 편의 고전 소설

한성욱2026년 4월 1일 오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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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용국전.jpg출판사 제공

나라가 어지러워졌다는 소식이 퍼지면 보통은 전쟁이나 반란을 떠올린다. 그런데 여기서는 조금 다르다. 얼굴의 때가 군대를 이끌고 나라를 점령하고, 화장 도구들이 신하가 되어 맞서 싸운다. 익숙한 질서가 한순간에 뒤집힌다.

『여용국전 / 어득강전 / 조충의전』은 조선 후기 소설 세 편을 한 권에 묶은 책이다.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기존 질서를 비틀고 웃음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하나의 결을 이룬다.

〈여용국전〉은 화장과 얼굴을 의인화한 이야기다. 때와 먼지, 화장 도구가 인물로 등장해 전쟁을 벌이는 설정 속에서 당시 여성의 생활과 화장 문화를 드러낸다. 사소해 보이는 일상이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어득강전〉에서는 신분 질서가 흔들린다. 지방 수령으로 등장한 어득강은 권위를 앞세운 인물들을 재치로 무너뜨린다. 속이고 속는 과정이 반복되며, 지위보다 기지와 말솜씨가 앞서는 장면이 이어진다.

〈조충의전〉은 왕과 평민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우연히 맺어진 인연이 신뢰로 이어지고, 신분을 넘어선 교류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권력의 이야기가 익살스러운 상황 속에서 풀린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소재를 다루지만, 공통적으로 웃음을 통해 사회를 바라본다. 신분 질서, 권위, 일상의 규범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흔들릴 수 있는 대상으로 그려진다.

고전 소설은 멀게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 속에서는 지금도 익숙한 감각이 반복된다. 권위를 비틀고, 질서를 뒤집고, 웃음으로 상황을 넘기는 방식이다.

엄숙하게 보이던 세계가, 한순간에 우스워질 수 있다는 감각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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