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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소리에서 다시 길어 올린 기록, 『품바 각설이타령의 재발견』 (노재명, 박문사)
천대받던 노래가 품고 있던 삶의 철학과 공동체의 기억
출판사 제공
장터 한켠, 사람들 사이를 돌며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있었다. 웃음을 끌어내면서도 어딘가 쓸쓸했고, 가볍게 흘려듣기에는 묘하게 오래 남는 노래였다. 한때는 그저 흥을 돋우는 구걸의 소리쯤으로 여겨졌던 ‘각설이타령’이다.
노재명의 『품바 각설이타령의 재발견』은 그 소리를 다시 꺼내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기록되지 못하고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모아, 오랫동안 주변부에 머물렀던 노래의 흐름을 정리했다.
책은 각설이타령을 단순한 유랑 예인의 노래로 보지 않는다. 공수래공수거, 인생무상, 나눔과 비움 같은 삶의 태도가 압축된 서사로 읽어낸다. 흥겨운 가락 속에 담긴 것은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삶을 견디는 방식이었다.
전승의 흐름도 함께 짚는다. 판소리와 탈춤, 지역별 동냥 소리까지 이어지며 각설이타령이 다양한 장르 속에서 변주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특정한 형태로 고정된 노래가 아니라, 시대와 공간에 따라 계속 달라진 살아 있는 음악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음반 기록이다. 서도민요에서 대중음악, 기타 연주까지 이어지는 약 100년의 음반사를 통해, 이 노래가 어떻게 기록되고 소비되었는지를 추적한다. 한때 거리의 소리였던 음악이 매체를 통해 다른 층위로 이동하는 과정이 드러난다.
저자는 오랜 시간 수집해 온 방대한 국악 자료를 바탕으로, 흩어진 기록들을 한데 묶는다. 체계적으로 남겨지지 못했던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 자체가 연구의 출발점이자 결과가 된다.
각설이타령은 오랫동안 낮은 자리의 소리로 머물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시대를 건너온 감각과 태도가 쌓여 있었다.
잊혔던 노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직 제대로 불리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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