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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은 연구실을 벗어났다, 『신약의 전쟁』 (윤태진, 바다출판사)

기술과 자본이 맞붙은 글로벌 제약 산업의 전장

장세환2026년 4월 1일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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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전쟁.jpg출판사 제공

한때 신약 개발은 과학자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실험실 안에서 긴 시간을 버티며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개발 속도보다 더 빠르게 자본이 움직였고, 기술보다 먼저 전략이 개입했다.

『신약의 전쟁』은 이 변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따라간다. 비만 치료제를 둘러싼 경쟁이 산업의 방향을 바꿨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시장을 양분하며 수백조 원 규모의 판을 만들었고, 뒤늦게 뛰어든 기업들은 인수와 투자로 시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항암제 분야에서도 흐름은 이어졌다. 하나의 약으로 시장을 장악하던 구조는 깨지고, 여러 기능을 결합한 기술이 경쟁의 중심으로 올라왔다. 이중항체를 앞세운 신약이 기존 치료제의 성과를 넘어서는 순간, 산업의 기준 자체가 다시 설정됐다.

약을 만드는 방식도 바뀌었다. 암세포만 겨냥하는 항체약물결합체, 몸속에서 작동하는 방사성 치료제처럼 ‘어디에 어떻게 도달하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전달 기술이 곧 경쟁력이 되는 구조였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자본과 규모로 맞붙기보다 특정 기술과 영역을 선택해 진입했다. 플랫폼 기술을 앞세운 협력, 조기 기술 이전, 틈새 시장 공략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저자는 이 전장을 과학이 아니라 계약의 언어로 풀어낸다. 연구 결과가 시장에서 어떤 가치로 환산되는지, 협상과 구조 설계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지금 제약 산업은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비만, 항암, 뇌 질환, 면역질환까지 전선이 동시에 열려 있고, 각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승부는 이미 연구 속도가 아니라, 누가 먼저 구조를 설계하느냐에서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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