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상세

newbooks

『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 (스티브 앨퍼트, 최영호·김동환 옮김, 북스힐)

지브리 작품이 세계로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협상과 충돌의 기록

최준혁2026년 3월 31일 오후 12:47
414

네버엔딩맨-미야자키 하야오.jpg출판사 제공

식당 한가운데서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러닝타임을 절반 가까이 줄이자는 요구였다. 자리를 함께한 사람들 사이에서 긴장이 흐르고,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은 애니메이션 한 편이 완성된 뒤에도 끝나지 않는 싸움을 보여준다.

스티브 앨퍼트는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국제 사업을 맡으며 작품의 해외 진출 과정을 직접 겪었다. 계약, 번역, 더빙, 배급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영화는 다시 만들어진다. 문제는 그 과정이 단순한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문화와 기준이 충돌하는 현장이라는 점이다.

번역은 특히 반복적으로 흔들린다. 일본에서 당연하게 쓰이던 표현이 다른 언어로 옮겨지는 순간 의미가 바뀌고, 디즈니 측은 관객 이해를 이유로 원본에 없던 대사를 추가하거나 장면을 수정하려 했다. 침묵이 길다는 이유로 말을 덧붙이고, 낯선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 서사를 바꾸는 시도가 이어졌다.

현장은 협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제작 단계부터 외부의 예측을 거부했고, 완성된 이후에도 작품을 손대는 데 강하게 반응했다. 제작자 스즈키 토시오는 이 과정에서 전략을 조정하며 배급과 홍보를 밀어붙였다. 예술적 판단과 상업적 계산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힌다.

저자는 그 사이에서 움직인다. 일본 기업 문화 속에서 외국인으로 일하며 계약서 문장 하나, 표현 하나를 놓고 다시 협의한다. 영화가 국경을 넘어갈 때마다 기준이 바뀌고, 그때마다 새로운 선택이 요구된다.

필름은 상자에 담겨 다른 나라로 넘어간다. 그다음 일은 다시 협상이다.

관련 기사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 『인도에서 기회를 만나다』 출간 (신시열, 이콘)

6월 10일 오후 3:56
9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몸은 스스로 치유한다, 『자가 수리점』 출간 (헨리 비일러, 사이몬북스)

6월 10일 오후 3:52
12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사라지는 손목, 남는 체온 ― 『솜사탕 증후군』 (박윤일, 파란)

6월 10일 오후 3:45
8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