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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삶을 한 세트에 묶다,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A세트』 (박완서, 세계사)

전쟁과 일상, 여성의 삶을 관통한 작품 세계를 정리하다

장세환2026년 3월 31일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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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소설 전집.jpg출판사 제공

한 개인의 기억이 곧 한 시대의 기록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A세트』는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통과하며 축적된 한 작가의 서사를 묶어낸 작업으로, 작품을 통해 시대의 단면을 다시 읽게 했다.

이 전집은 작가가 생전에 직접 손보던 원고를 기반으로 기획됐고, 사후 기획위원과 유족이 이를 이어받아 정리했다. 등단작 「나목」을 비롯해 자전적 서사를 담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리고 후기 장편 『그 남자네 집』까지 주요 작품들이 포함됐다. 연작소설 『엄마의 말뚝』 역시 함께 수록돼 작가 세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작품들은 단순히 모아진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되며 한 인간의 경험과 사회 변화가 겹쳐지는 구조를 드러냈다. 전쟁 체험, 가족의 해체, 중산층의 위선과 불안, 여성의 생존 방식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들이 각 작품에서 다른 방식으로 변주됐다. 특히 전쟁 이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균열과 감정의 잔재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 두드러졌다.

또한 개성 지역의 생활감과 서울로 이어지는 삶의 이동, 그리고 산업화 이후 변화한 사회 풍경까지 구체적인 장면으로 복원했다. 이는 개인 서사가 시대사로 확장되는 지점을 형성하며, 작품을 통해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동시에 읽게 만들었다. 여기에 국내외 연구자들의 해설을 더해 작품 해석의 층위를 넓혔다.

이 전집은 특정 시기의 대표작을 묶은 선집이 아니라, 작가의 전 생애와 문학적 궤적을 따라가도록 구성된 기록이다. 한국 현대사의 경험을 개인의 언어로 축적해온 작가의 서사를 정리한 전면적 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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