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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의 맛으로 일상을 다시 채우다, 『제철 채소 먹는 기쁨』 (정고메, 21세기북스)
채소 한 접시에서 시작되는 삶의 리듬
출판사 제공
저녁 시간,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 넘기면 음식은 곧 도착한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보다, 무엇을 고를지 스크롤하는 시간이 더 길다. 식탁은 점점 빨라졌고, 그만큼 비슷해졌다.
『제철 채소 먹는 기쁨』은 이 익숙한 장면에서 한 발짝 물러선다. 왜 우리는 집에서 먹는 일을 오래 이어가지 못할까. 저자는 답을 거창하게 찾지 않는다. 문제는 의지보다 방식에 있다는 쪽에 가깝다. 잘 해내려는 마음이 오히려 식탁을 끊어놓는다는 것, 이어가기 쉬운 구조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채소’라는 가장 단순한 재료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열무, 깻잎, 대파처럼 늘 곁에 있지만 중심에 놓이지 않던 것들이다. 여기서 채소는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식사를 계속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다뤄진다. 손이 덜 가고, 실패가 적고, 다시 만들기 쉬운 음식. 그 기준이 식탁을 붙잡는다.
요리는 기술보다 흐름에 가깝게 설명된다. 장을 보고, 손질하고, 불에 올리고, 먹는 일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의 완성보다 여러 번의 반복이 우선한다. 그렇게 쌓인 식사는 특별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다.
제철이라는 감각도 이 흐름 안에서 살아난다. 같은 채소라도 시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식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계절을 따라 식사가 달라지는 일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반복 속에서 생겨나는 변화다.
이 책은 새로운 요리를 제안하기보다, 끊어졌던 생활을 다시 잇는 방법에 가까운 책이다.
어쩌면 문제는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계속 먹느냐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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