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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신화를 냉소로 해부한 이탈리아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 출간(크리스토퍼 프레일링, 볼피)
로마 치네치타 소년이 스파게티 웨스턴을 개척하기까지, 레오네의 전 생애와 작품 세계를 1120쪽에 걸쳐 기록한 평전.
출판사 제공
존 포드는 말했다. "우리는 위대한 영웅이라고 생각되는 수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기랄, 그런 영웅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전설을 인쇄하라고 했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그 문장의 앞부분만 가져갔다. 영웅 없는 서부, 황금에 눈먼 무법자들의 폭력으로 개척된 땅. 레오네의 웨스턴은 그 냉소에서 시작됐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창시자 세르지오 레오네의 평전이다. 런던 왕립예술학교 총장을 역임한 영화사가 크리스토퍼 프레일링이 2000년 초판을 낸 이래 최고의 레오네 연구서로 꼽혀온 책으로, 영화비평가 한창호가 번역해 볼피에서 출간했다. 1120쪽, 양장본이다.
책은 레오네의 탄생부터 미완성 유작까지 연대기 순으로 서술된다. 이탈리아 무성영화 시대를 살았던 영화인 아버지 아래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네오리얼리즘이 만개하던 시절 그 흐름에 합류하는 대신 과거 세대 노장 감독들 밑에서 조감독을 하며 테크닉을 익혔다. 할리우드가 로마 치네치타에서 〈벤허〉를 찍을 때는 윌리엄 와일러의 연출부에 섰다. 로버트 와이즈, 라울 월시, 프레드 진네만의 현장도 거쳤다. 대규모 시스템과 장인의 솜씨를 동시에 체득한 연출가가 탄생하는 과정이 3장까지 세밀하게 복원된다.
4장 〈로도스의 거상〉부터 본격적인 레오네가 시작된다. 5장 〈황야의 무법자〉에서 그는 할리우드 웨스턴의 문법을 정면으로 깼다. "나 이전에, 주인공이 긍정적인 인간이라면 폭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부정적이고 더러워 보이는 영웅을 소개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이름 없는 사내는 그렇게 탄생했다. 6장 〈석양의 건맨〉, 7장 〈석양의 무법자〉로 이어지는 달러 3부작은 레오네가 고야와 드가, 데 키리코와 마그리트에게서 배운 시각 언어를 스크린에 이식한 시기다. 드가가 발레리나를 포착하던 방식 — 공연이 아닌 연습과 준비의 순간, 극단적 원근법의 대비 — 이 사막의 총잡이 장면에 그대로 들어왔다.
8장 〈옛날 옛적 서부에서〉와 11장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레오네가 웨스턴과 갱스터 장르를 신화적 서사시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품들이다. 12장은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기록으로 마무리된다.
저자 크리스토퍼 프레일링은 영국영화협회 이사와 영국 예술위원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예술·디자인·영화 관련 저서 18권을 남겼다. 역자 한창호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영화비평가로 〈페데리코 펠리니〉 평전을 번역한 이력이 있다.
레오네에게 서부는 비유였다. 황금을 차지하려고 눈을 부라리는 세계, 그 현실을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 평전은 그 시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1120쪽으로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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