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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고갱을 닮은 두 화가의 파국, 『반 고흐의 마지막 획』 출간(청예, 열림원)
살인 사건을 기점으로 19세기 유럽과 21세기 한국을 교차시키며, 예술과 욕망, 관계의 균열을 추적한 중편소설.
출판사 제공
촉망받던 젊은 화가가 죽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여자다. 그녀의 이름은 반공후.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반 고흐의 환생이라고 믿는다.
『반 고흐의 마지막 획』은 그 진술에서 시작하는 중편소설이다. 2024년과 2025년 예스24가 한국문학의 미래로 꼽은 작가 청예의 첫 중편으로, 열림원 중편소설 시리즈 〈사이림〉으로 출간됐다.
소설의 구조는 공후의 진술과 기억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반공후는 자신이 고흐의 환생이라 주장하고, 피해자 옹고경은 고갱의 환생이라 지목된다. 두 인물은 한때 같은 빛을 보았던 동료였다. 예술을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공후와, 그것을 현실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고경. 같은 출발선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과 열등감, 동경과 증오가 뒤엉킨 채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공후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그러나 완전히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해 보이는 것이 가끔은 가장 불확실하기도 하다"는 문장처럼, 소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끊임없이 흔든다. 독자는 공후의 망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해야 하는 자리에 놓인다.
소설이 집요하게 따라가는 것은 사건의 전말이 아니다. 예술을 향한 헌신이 어떻게 주변을 소진시키는지, 인정받지 못한 재능이 한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다. "미움의 속성은 질감이다. 잘 만든 도화지보다 쫀쫀했다"는 문장은 그 감각을 정확하게 잡아낸다. 공후에게 고흐라는 환상은 망상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발명한 방어기제다.
청예는 2021년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으로 데뷔했다.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K-스토리 공모전 드라마 및 SF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SF, 오컬트 스릴러,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써왔다.
공후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내 외로움으로는 오직 나만을 원망했어야 했다." 19세기 아를의 황색 집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21세기 서울에서 끝날 때, 그 문장은 고흐의 것인지 공후의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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