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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언어의 흔적을 추적하다, 『동북방언의 어휘와 문법』 출간(곽충구, 태학사)

함경도 방언을 중심으로 고어와 이민족어의 잔재, 그리고 문법 체계를 집대성한 연구서

장세환2026년 3월 30일 오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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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방언의 어휘와 문법.jpg출판사 제공

함경도 방언을 독립적인 연구 대상으로 전면에 내세운 『동북방언의 어휘와 문법』이 출간됐다. 주변부 언어로 취급되던 북방 방언을 하나의 체계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함경도는 정치·문화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여진·몽골·러시아 등 북방 민족과의 접촉이 빈번했던 지역이다. 이 조건은 언어에 그대로 반영됐다. 고어가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는 동시에, 만주퉁구스어와 몽골어 계열 어휘, 한어와 러시아어 차용어가 겹겹이 쌓인 구조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시간대와 계통의 언어가 한 지역 안에서 공존하는 양상이다.

『동북방언의 어휘와 문법』은 이러한 층위를 어휘와 문법으로 나눠 정리한다. 어휘 파트에서는 이민족 언어의 잔재를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18세기 문헌 자료를 통해 과거의 언어를 복원하고 현재 방언과 연결한다. 『북새기략』, 『북관노정록』 등 기록을 바탕으로 한 분석은 방언을 특정 시점의 결과가 아니라 축적된 흐름으로 다룬다.

문법 파트에서는 종결어미와 청자높임법, 피·사동 접미사 등 한국어 문법의 핵심 요소를 동북방언 사례로 재검토한다. 강세 접미사의 문법화 과정에 대한 분석은 이 방언이 단순한 보존형이 아니라 자체적인 변화 경로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료는 문헌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실향민, 중국 거주 교포, 북한 이탈 주민의 구술 자료를 함께 수집해 교차 검증했다. 접근이 제한된 지역 언어를 다루면서도 자료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가 반영된 대목이다.

연구 대상과 자료를 기록으로 남기는 데 초점이 맞춰진 작업이다. 동북방언을 다룬 연구가 드문 상황에서, 어떤 어휘가 남아 있고 어떻게 쓰였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한 권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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