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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이름을 되찾다, 『열세 살 여공의 삶』 출간(신순애, 아름다운전태일)

산업화 그늘 속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기록한 생애 서사

장세환2026년 3월 27일 오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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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여공의 삶.jpg출판사 제공

산업화의 속도에 가려졌던 이름 하나가 다시 불러졌다.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의 삶을 담은 『열세 살 여공의 삶』이 출간되며, 한국 노동사의 이면을 증언하는 기록이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열세 살의 나이에 ‘시다’로 노동 현장에 들어간 저자 신순애의 삶을 따라간다. 어린 나이에 시작된 노동은 단순한 생계의 문제가 아니었다. 배고픔과 장시간 노동, 공장 내 위계 속에서 버텨야 했던 시간들은 한 개인의 성장 서사이자, 시대가 강요한 현실이었다.

저자는 시다에서 미싱사로,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가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자신의 경험으로 풀어냈다. 특히 ‘여공’이라는 이름으로 대상화되던 존재가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들은 이 책의 핵심을 이룬다. 노동은 더 이상 주어진 역할이 아니라, 스스로의 권리를 인식하는 과정으로 확장됐다.

책은 개인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1960~1970년대 한국 사회의 구조를 함께 드러낸다. 전태일 분신항거 이후 형성된 청계노조와 민주노동운동의 흐름이 저자의 삶과 맞물리며 서술된다. 노동 현장에서의 투쟁, 구속과 수감, 그리고 낙인과 생존의 문제까지 이어지는 서사는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했던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공장 안팎에서 겪어야 했던 차별과 폭력, 그리고 ‘빨갱이’라는 낙인은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 구조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외부의 시선이 아닌 당사자의 언어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열세 살 여공의 삶』은 한 개인의 회고를 넘어, 기록되지 못했던 노동의 시간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이름 없이 불려왔던 존재들이 스스로의 이름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오늘의 사회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되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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