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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사건이 아닌 흐름으로 읽는 역사, 『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 (정재환, 알에이치코리아)
외우는 역사에서 이해하는 역사로 시선을 바꾸다
출판사 제공
한국사는 늘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설명하려 하면 막히는 과목이었다. 연도와 사건은 익숙했지만, 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또렷하지 않았다. 『정재환의 다시 만난 한국사』는 그 끊어진 지점을 다시 이어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3 한국사 강의를 바탕으로, 방대한 역사를 10개의 장면으로 압축해 풀어냈다.
책은 전곡리 주먹도끼에서 시작해 조선어학회 사건까지 이어졌다. 구석기 시대의 석기는 생존을 위한 도구였고, 삼국통일은 오랜 분열을 하나로 묶는 과정이었다. 훈민정음은 문자 창제를 넘어 소통의 방식을 바꿔놓은 사건으로 읽혔다. 각각의 장면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이후의 시대를 끌고 간 흐름으로 배치됐다.
눈에 익은 역사들이 다른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 고려청자는 미적 성취로만 머물지 않았고, 수원 화성은 국가 운영 방식이 반영된 결과물로 설명됐다. 만민공동회 역시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낸 장면으로 살아났다.
설명은 길지 않았지만 흐름은 끊기지 않았다. 강의를 옮겨온 구성답게 문장은 간결하게 이어졌고, 사진과 연표, 지도는 이해를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읽는 속도를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방송인으로 출발해 역사학을 전공한 저자의 이력은 이러한 서술 방식에 그대로 드러났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익숙했던 단어들이 낯설게 다시 보였다. 따로 떨어져 있던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한 번도 제대로 그려보지 않았던 흐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억해두기 위해 외웠던 역사와, 이해하려고 따라가게 되는 역사는 다른 속도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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