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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번역하며 가족이 되는 시간, 『한영 육아 번역기』 (임현주, 한겨레출판)

한국식과 영국식 사이, 육아의 언어를 다시 배우다

장세환2026년 3월 26일 오후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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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육아 번역기.jpg출판사 제공

생방송 스튜디오에 생후 5개월 된 딸과 함께 등장해 ‘노키즈존’에 대한 질문을 던졌던 MBC 아나운서 임현주가 이번에는 가족과 육아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한영 육아 번역기』는 영국인 저널리스트 다니엘 튜더와 결혼해 두 아이를 키우며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조율해온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육아 방법’을 제시하는 안내서라기보다,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진 두 사람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생활의 서사에 가깝다. 저자는 한국에서 익숙하게 여겨온 육아 방식과 영국식 육아가 충돌하는 순간들을 구체적인 장면으로 풀어낸다. 아이의 울음에 즉각 반응하려는 태도와 기다림을 중시하는 태도, 세심한 관리와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 부딪히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무엇이 더 옳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특히 책은 육아를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조율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하며 기다리는 태도, 부모가 모든 것을 앞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는 선택,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역을 서로 인정하는 시선 등은 문화 차이를 넘어 관계의 방식으로 확장된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공동의 문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번역’이라는 키워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저자는 결혼과 육아를 통해 삶이 단수에서 복수로 확장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혼자일 때는 고민하지 않아도 됐던 선택들이 이제는 ‘우리’의 기준으로 다시 정리되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갈등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배우는 계기로 그려진다.

책 곳곳에는 일상의 작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아이의 하루가 빠르게 변해가는 순간, 부모로서의 판단이 흔들리는 순간,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생활 방식들이 담담하게 기록된다.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장면을 통해 전달되는 방식은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겹쳐 읽도록 만든다.

『한영 육아 번역기』는 육아를 둘러싼 기준과 방식이 하나로 정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한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가족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고 조율해가는 태도라는 점을 차분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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