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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지 않는 문장, 그 틈에서 드러나는 인간”, 『그네들이 사는 법』 (사와키 고타로, 글항아리)

평범한 순간이 낯설어지는 ‘불가사의’의 기록

최준혁2026년 3월 26일 오후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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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이 사는 법.jpg출판사 제공

누군가는 사건을 좇고, 누군가는 사람을 좇는다. 사와키 고타로는 후자다. 『그네들이 사는 법』은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서사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아주 사소한 순간, 일상의 미세한 균열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 틈에서 드러나는 것은 이야기보다 더 깊은, 인간의 내면이다.

이 책은 30여 편의 짧은 글로 구성된 작품집이다. 장르를 굳이 규정하기 어렵다. 칼럼도, 에세이도, 소설도, 전통적인 논픽션도 아니다. 오히려 ‘순간을 포착한 기록’에 가깝다. 작가는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다. 해석도 최소화한다. 대신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장면이 독자 안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도록 둔다.

대표적으로 「무 반쪽」이라는 글은 이 책의 핵심을 잘 드러낸다. 버스 안에서 한 할머니가 낯선 사람에게 무를 건네는 장면. 아무 일도 아닌 듯 보이지만, 그 순간은 묘하게 낯설다. 왜 이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왜 그 장면이 오래 남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는 그 장면을 통해 자기 자신의 태도, 관계, 거리감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와키 고타로는 이런 순간을 “불가사의”라고 부른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스쳐 지나갈 법한 순간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경험. 삶이 일정한 궤도로 흘러가다가 잠깐 균열을 일으키는 그 지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들을 모아놓은 기록이다.

문체 또한 인상적이다. 건조하고 절제된 문장, 설명을 의도적으로 비워낸 서술.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듯한 태도이지만, 그 빈자리 덕분에 오히려 더 깊이 읽히는 방식이다. 일본 평단이 그를 “논픽션을 문학의 반열로 끌어올린 작가”라고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평범하다. 회사원, 주부, 운동선수, 여행자. 하지만 그들은 평범하게 살지 않는다. 혹은, 평범하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안정된 일상을 유지하려는 몸부림 속에서, 오히려 삶의 균열이 드러난다. 그 균열이 바로 이 책이 포착하는 순간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시대성이다. 전후 일본 사회의 공기, 개인의 삶에 스며든 역사적 흔적들이 은근하게 배어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개인의 일상 속에 스며든 채, 독자가 스스로 읽어내야 할 층위로 남겨둔다.

그래서 이 책은 친절하지 않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래 남는다. 읽는 동안보다, 덮은 뒤에 더 크게 작용하는 책이다. 어떤 장면 하나, 문장 하나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떠오른다. 마치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순간이 뒤늦게 의미를 갖는 것처럼.

『그네들이 사는 법』은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우리는 정말 평범하게 살고 있는가,
아니면 평범해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가.

그 질문은 조용하지만, 꽤 오래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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