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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순간, 『앰버와 고양이 음악단』 (최은영, 서은영, 꼬마이실)

길 위의 친구들을 위한 작은 합주가 음악의 의미를 다시 들려주는 그림책

장세환2026년 3월 25일 오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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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버와 고양이 음악단.jpg출판사 제공

음악은 잘하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말보다 먼저 마음에 닿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 가장 조용하게 곁을 지키는 힘이 된다. 『앰버와 고양이 음악단』은 바로 그 단순하고도 깊은 사실을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악기 창고에 사는 고양이들이 우연히 아름다운 연주를 듣고 직접 음악을 시작하게 되면서, 소리와 합주, 우정과 위로의 의미를 차근차근 배워 가는 그림책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어 하는 앰버가 있다. 친구들도 각자 바이올린, 드럼, 더블 베이스, 오카리나를 맡아 연습에 나서지만 처음부터 멋진 소리가 날 리 없다. 삑삑대고 끼익거리고 쿵쾅대는 소리가 악기 창고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책은 이 서툰 출발을 실패로 보지 않는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맞춰 가는 과정, 엉망이던 소음이 조금씩 합주로 바뀌는 과정을 통해 음악이 완성보다 관계와 경청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악기를 설명하는 방식에 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더블 베이스, 드럼, 오카리나가 단순한 정보로 제시되지 않고, 고양이 친구들의 성격과 움직임 속에서 살아난다. 여린 숨결을 가진 토티와 오카리나, 날쌔고 예민한 칼리와 바이올린처럼 각 악기의 특성이 캐릭터의 개성과 맞물리며 독자에게 스며든다. 어린 독자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악기의 소리와 역할, 합주에서의 자리를 어렵지 않게 익히게 된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결은 위로의 방식이다. 배고프고 지친 날, 친구들은 말로 서로를 달래지 못한 채 함께 울고 만다. 그때 시작되는 것은 설명도 훈계도 아닌 노래와 연주다. 이 장면은 예술이 현실의 문제를 당장 해결해 주지는 못해도, 무너진 마음이 잠시 기대어 숨을 고르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전한다. 그래서 이 그림책의 음악은 재능을 뽐내는 수단이 아니라 타인에게 닿기 위한 언어에 가깝다.

후반부의 보름달 음악회는 그런 변화가 맺는 열매다. 처음에는 멋진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길 위의 외로운 친구들을 위로하고 싶은 바람으로 연습의 이유가 달라진다. 꿈이 개인의 성취를 넘어 누군가의 밤을 밝혀 주는 쪽으로 자라는 셈이다. 어린 독자에게는 꿈의 방향에 대해서도 은근한 질문을 남기는 대목이다.

서은영 작가의 그림도 책의 온기를 단단히 받쳐 준다. 악기 창고의 분주한 풍경, 고양이들의 표정과 몸짓, 길 위 동물들이 모여드는 장면 하나하나에 생기가 흐른다. 사랑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길고양이의 삶이 지닌 고단함이 살짝 배어 있어, 이야기가 지나치게 달콤한 환상으로만 흐르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아이는 소리를 배우고, 어른은 음악의 쓸모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슬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밤, 누군가의 연주 한 곡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그림책은 다정하고 또렷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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