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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균열 앞에서 먼저 알아야 할 상속의 현실, 『상처받지 않는 상속』 (채애리, 체인지업)

재산보다 더 아픈 감정의 문제를 짚으며 권리와 관계를 함께 살피는 생활 법률서

장세환2026년 3월 25일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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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는 상속.jpg출판사 제공

상속은 대개 재산을 나누는 일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돈보다 먼저 감정이 흔들린다. 부모의 죽음 직후 처음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 오래 묻어 두었던 차별과 서운함, 침묵 속에 눌려 있던 죄책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남은 가족의 관계를 뒤흔든다. 『상처받지 않는 상속』은 바로 그 복잡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상속을 단순한 법률 절차가 아니라, 상실과 분배, 권리와 상처가 한데 엉킨 삶의 문제로 바라본다.

저자 채애리는 경제 전문 기자를 거쳐 상속 사건을 전담해 온 변호사다. 이력만 보면 법과 제도에 익숙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 책에서 먼저 내미는 것은 조문이 아니라 공감이다. 상속 문제 앞에서 스스로를 탐욕스럽다고 자책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연다. 상속 갈등이 흔히 오래된 가족사의 상처 위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짚는 대목에서 이 책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책은 감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속인이 누구인지 확정하는 문제부터 상속재산 확인, 재산분할협의, 상속 등기, 세금,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유언과 유류분까지 실제로 부딪히는 핵심 절차를 차근차근 정리한다. 혼외자 상속, 숨겨진 재산, 빚의 대물림처럼 막상 닥치면 당황하기 쉬운 사안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복잡한 법률서를 펼치기 버거운 독자에게는 충분히 현실적인 입문서가 될 만하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책이 소송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권리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지만, 무조건 싸우는 쪽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협의로 풀 수 있는 문제와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한 지점을 나누어 보여주며, 감정이 앞서기 쉬운 순간일수록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는지 짚는다. 상속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준비로 읽게 만든다.

웹툰 형식을 더한 구성도 책의 문턱을 낮춘다. 차갑고 딱딱할 수 있는 법률 정보를 가족의 에피소드와 감정선 속에 녹여내, 독자가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특히 2026년 민법 개정 내용까지 반영해 지금 필요한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

이 책이 남기는 핵심은 분명하다. 상속은 언젠가 일부 사람에게만 닥치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가족이 있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그 현실을 덜 아프게 건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막연한 양보도 무작정 강한 태도도 아니다. 감정의 실체를 먼저 들여다보고, 그 위에 정확한 절차와 판단을 세우는 일이다. 가장 슬픈 순간일수록 냉정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은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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